[홍혜걸객원의학전문기자의우리집주치의] `금연 작심삼일` 자책 마세요 [중앙일보]
기호 아닌 중독…정신력만으론 힘들어
대부분 서너 차례 실패 뒤 성공
니코틴 패치, 껌 등 구체적 도움 받도록
해마다 이맘때쯤 자신의 의지박약을 자책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연초 다짐했던 금연 맹세를 깨고 다시 담배를 입에 물기 시작한 분들입니다. 오히려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평소보다 더 많은 담배를 피웁니다. 연례행사처럼 되풀이하는 흡연자들의 슬픈 자화상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때야말로 가장 중요한 시기란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처음 무너졌을 때 제대로 대처해야 평생 금연으로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자신의 의지가 약하다고 탓하지 마십시오. 의학적으로 흡연은 기호가 아닌 중독이기 때문입니다. 중독을 의지로 극복할 순 없는 일입니다. 하루 한 갑씩 담배를 피운 골초들에겐 니코틴엘 등 니코틴 패치나 껌의 도움이 절대적입니다. 담배 속에서 중독을 일으키는 니코틴을 피부나 구강점막을 통해 소량씩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현기증과 신경질증.입마름증 등 금단증상에 시달리는 사람에겐 필수적입니다.
둘째, 담배에 대한 인식을 달리해야 합니다. '한평생 같이 사는 부인과도 다툴 때가 많은데 담배야말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변함없이 내 곁을 지켜준 친구'라는 인식이 위험합니다. '천사의 얼굴로 다가오는 악마'가 바로 담배입니다.
셋째, 구체적인 충동억제 방법을 확보해야 합니다. 막연하게 참겠다는 식은 곤란합니다. 물을 마시거나 심호흡을 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발가락 만지기 등 신체 일부를 자극하거나 특정 근육을 수축.이완시키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도 좋습니다. 어느 경우든 첫 20초가 중요합니다. 정 곤란하다면 20초까지 숫자라도 세어보기 바랍니다.
넷째, 유혹받기 쉬운 환경을 피해야 합니다. 가장 위험한 상황은 골초들이 참석하는 술 모임입니다. 알코올은 자제력을 무너뜨리기 때문입니다. 일부러 술자리에 참석해 인내력을 과시하기보다 아예 참가하지 않는 것이 현명합니다. 육체적 금단증상은 1개월이면 족하지만 정신적 의존증상은 6개월 이상 지속합니다. 꼭 술자리에 가고 싶다면 적어도 6개월이 지난 다음이라야 좋겠습니다.
다섯째, 매일 30분 이상 운동할 것을 권유합니다. 쐐기이론 그대로입니다. 널빤지에 박힌 나쁜 쐐기를 빼내려면 억지로 잡아당기기보다 그 위에 좋은 쐐기를 박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안입니다. 흡연 대신 당장 운동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종목은 상관없습니다. 매일 30분 이상 할 수 있으면 됩니다. 기왕 담배연기로 고생한 폐를 생각한다면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등산이 어떨까 싶습니다.
작심삼일을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 금연에 성공한 사람은 대부분 서너 차례 실패를 반복한 뒤 끊은 사람입니다. 처음부터 금연에 성공한 사람은 자만심에 빠져 다시 담배를 피우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이제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금연 대열에 동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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