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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4.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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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흙더미에 묻힌 혈세(상장 ~ 소도간 도로공사)/경향신문
작성자 장연철
내용

[예산 대해부]Ⅰ-2. 흙더미에 묻힌 혈세


강원 태백시를 가로지르는 상장~소도간 4차로 도로. 4.36㎞ 길이의 이 도로가 난 것은 지난 6월이었다. 산업자원부에서 폐광지역 특별지원금으로 내려보낸 3백억원으로 4년간의 공사끝에 완공됐다. 화려한 테이프 커팅 행사라도 해볼 만하건만 3개월이 지나도록 준공식은 열리지 않고 있다.

도로를 타고 2㎞쯤 달렸을까. 문곡소도동 앞 도로에 이르러 갑자기 4차로 도로가 2차로로 좁아졌다. 길이 뚫린 지 열흘 만에 도로 사면이 붕괴됐다. 이때 쏟아져 내린 흙더미에 도로가 파묻혀 500m가량의 통행이 부분 통제되고 있었다. 절개지에 흉물스런 철제빔을 수 없이 꽂고, 두꺼운 시멘트 옹벽을 2중, 3중으로 둘러쳤지만 역부족이다. 산 꼭대기에서 밀려 내려오는 흙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시멘트 옹벽엔 틈이 벌어져 있다. 옹벽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다시 널찍한 철골 지지대들을 받쳐놓았다. 산의 나무들도 일제히 앞으로 기우뚱 쏠려있고, 송전탑도 착공 후 두번이나 위치를 옮겼지만 계속 기울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산 자체가 무너져 내리는 상황이다. 산 중턱에 있는 함태초등학교도 마찬가지. 운동장 계단에는 어른 손이 쑥 들어갈 정도로 균열이 생기고 있고, 교실과 복도 여기저기에는 균열 상태를 진단하기 위한 게이지(측정기)가 붙어 있다. 교사 김영호씨(40)는 “교실 두채의 벽이 갈라지기 시작해 아예 철거해야 했다”며 “비가 오면 도로와 연결된 등굣길이 무너질까봐 도로 반대쪽의 임시 통학로로만 다니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태백시가 4차로 확장공사를 하면서 충분한 지질조사 없이 무작정 산을 깎아 도로를 냈기 때문이다. 도로공사로 깎아낸 산의 토양은 붕적층. 암반이 아니라 모래와 자갈이 절반씩에 가까운 지질이다.

“애초에 붕적층인 산을 깎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거였죠. 줄줄 흘러내리는 토양을 마구잡이로 깎아버렸으니 흙들이 빙하처럼 대이동하는 거예요.”(태백시민연대 허신학 사무국장)

서울산업대 토목공학과 박종관 교수는 “붕적층의 경우 촘촘히 구멍을 뚫고 사전검사를 해야 하지만, 조사용역비를 아끼기 위해 구간을 넓게 잡고 조사하면 실제 결과가 용역내용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태백시는 “붕적층이란 사실은 우리도 알았지만 이렇게 심하게 무너질지 누가 예상했겠느냐”며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더욱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시의회측에서 문제 제기를 했음에도 공사가 진행됐다는 점이다. 공사가 시작된 2000년 당시 태백시의회 의장이었던 김영규씨는 “담당 공무원이 ‘지질조사 결과 문제가 없다’며 자기가 책임지겠다고 큰소리를 쳤다”고 개탄했다.

태백시는 현재 산의 붕괴를 막기 위해 H철빔을 37m 깊이까지 박고 지름 50㎝의 쇠말뚝을 함께 박은 뒤 다시 H철빔을 박고, 그 위에 시멘트 모르타르를 부어 고정시킨다는 복잡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추가로 들어가야 할 비용은 도로를 만드는 데 쓴 돈의 절반인 1백50억원.

시청측은 보강공사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산업자원부에 자금지원을 추가로 요청해놓은 상태지만, “갓 준공한 도로에 왜 보강공사가 필요한지 원인을 보고하라”는 답변이 돌아오자 다시 지방채 발행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발이 심해 의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별취재팀 권석천·조현철·정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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