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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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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위기의 재래시장] 리모델링 藥인가…毒인가…(2)
작성자 이상출
내용

다음은 국민일보에서 발췌(2004.12.3)

글 싣는 순서

1. [현안]대형할인마트 폐광지역 진입시도 어떻게 볼것인가?
   (1)[재래시장 리모델링] ″혈세만 축냈다″  
   (2)[재래시장 리모델링] "상인들 협조 잘 안해 애로" 
2. [위기의 재래시장] 리모델링 藥인가…毒인가…  
3. [위기의 재래시장―대안은] 지역밀착 相生마케팅 중요   
4. [위기의 재래시장―문제점] 재개발등 융자 ‘그림의 떡’  
5. [위기의 재래시장―인터뷰] 부천 중앙시장  
6. [재래시장의 새로운 대안] 천호동 일대 주상복합으로 개발의 예(200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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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위기의 재래시장] 리모델링 藥인가…毒인가… 

경제부처 장차관과 국회의원 등은 올 연말연시에도 어김없이 시장을 방문할 것이다.

이왕이면 정부의 야심찬 지원으로 리모델링한 재래시장을 둘러보면 어떨까. 상인들은 리모델링 이전이나 지금이나 매출은 별로 늘지 않고 있다고 울상이다. 극심한 불황 탓도 있겠지만 오히려 이 사업으로 인해 저잣거리 민심이 말이 아니라는 얘기도 들린다.

◇“눈,비만 막는다고 장사 되나”=손님들은 왜 리모델링으로 새 단장한 시장을 외면하는 것일까.

지난해 현대화 사업 완공 직후 서울 신월1동 월정로 시장은 냉장고,세탁기 등 경품 행사도 열고,구매 2000원당 100원짜리 쿠폰을 주는 등 다양한 이벤트 사업을 벌였다. 덕분에 지난해 리모델링 우수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후 1년. 시장 살리기에 사력을 다 했던 김병태 상점가진흥조합 조합장은 풀이 죽어 있었다.

그는 “부천으로 가게를 옮겼는데도 여기 조합장 할 사람이 없어 이렇게 가끔 나와 있다”면서 “처음에는 조합 사무실에 여직원까지 두었는데 지금은 거의 문을 닫아놓고 있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후 처음에는 시장 매출이 20∼30% 올랐지만 그 이후로는 제자리걸음을 하는 등 침체를 거듭해 시장을 꾸려 나가려고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설명이었다.

“담당 공무원도 너무 자주 바뀝니다. 지금 서울시 재래시장 대책반에서 일하는 공무원 4명 중 2년 전에 일하던 사람은 한 명뿐이에요. 보수·유지 비용이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바쁜데 꿈도 못 꾸죠.”

시장 입구로 나와 불과 10m 떨어진 한 대형마트에선 유니폼을 차려입은 직원들이 시장 골목 밖까지 나와 호객에 한창이었다. 정갈하게 정돈된 마트 안에는 깨끗하게 손질된 채소와 과일 판매대 주위로 손님들이 빼곡했다.
 
◇ 사라져가는 가게들=지방 도시에 대형 할인점 하나라도 생기면 인근 상권은 초토화된다. 지난달 23일 찾은 강릉도 마찬가지였다. 강릉시 성남동 중앙시장 상인들은 이마트가 들어선 뒤 매출이 끝을 모르고 추락했다고 입을 모았다. 건어물 가게 주인 임오식씨는 “이마트가 들어서기 전보다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다”며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그쪽으로 간다”고 말했다.

청주 서문시장 역시 지난달 25일 현대화사업을 마쳤지만 여전히 비어있는 점포는 셀 수조차 없다. 시장 바로 앞에 위치한 대형 할인점이 이미 50년 전통의 서문시장 손님들을 모두 빼앗아 간 뒤였다.

“대장간이 자취를 감춰버린 것처럼,재래시장도 사라질 겁니다. 이미 사람들은 반들반들 윤이 나는 매장의 밝고 쾌적한 쇼핑 환경에 익숙해져 버렸어요.”

한 상인은 이렇게 푸념하고는 “공연히 리모델링에 건물까지 올리면 전기료,임대료까지 덩달아 올라 세입자만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면서 “수천억에서 1조원의 혈세를 들여 건축업체만 배불리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험악해지는 시장 인심=환경개선 사업으로 오히려 오랫동안 ‘형님’ ‘아우’로 지내 온 시장상인들의 관계가 험악해지는 사례도 종종 목격된다.

강릉 중앙시장 바로 옆 도로에는 채소며 과일을 이고 온 200여명의 노점상들로 가득했다.

“시장 현대화요? 우리는 그런 거 모릅니다.그냥 계속 길가에서 이러고 앉아 팔아와서 우리는 그런 거 관심 없소.”

시장 현대화사업 완공식을 한 달 앞둔 중앙시장 안에서 만난 떡집 주인 김둘순(53·여)씨는 비막이 아케이드를 힐끗 올려다 보며 “이거 했다고 사람이 어디 더 오나. 장사는 여전히 안돼”라며 한숨 지었다.

옆에 앉은 좌판의 아주머니는 노점상들이 원망스럽다는 눈치였다.

“노점들이 상행위 금지구역에서 장사해도 되나요? 단속반이 시청에서 온다지만,월급 받고 뭐하는지 모르겠네. 우리는 자리세 내고 장사하는데….”

재래시장 상인의 90%가 건물주가 아닌 세입자이다 보니 환경 개선 사업 자부담률을 놓고 팽팽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하고 아케이드 기둥 세우는 위치 때문에 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최근 재개발 공사에 착공한 경기도 시흥시 삼미시장의 경우 공사 과정에서 점포 공간을 줄이라는 통보를 받은 신발가게 주인이 반대하자 조합측에서 그를 경찰에 고발했다. 신발 가게 측은 “깨끗하게 해준다니까 처음에 리모델링 동의서를 내긴 했는데,점포 3.3평을 아예 없애야 한다니 황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경남 진주 중앙시장도 일부 상인들이 자신들의 점포 앞에 설치될 공동주차장 진입로를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고 요구해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서울 화곡 4동 남부시장의 경우는 일부 상인의 공사비 분담 거부로 한 블록은 아예 손도 못댄 채 지난 6월 공사를 마쳤다.

◇무성의한 공무원들=지난달 20일 중소기업청이 주최하고 행정자치부,문화관광부 등 정부부처와 16개 시도 후원으로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04 전국재래시장 박람회’는 정부의 재래시장 활성화의지를 의심케하는 행사였다.

재래시장을 살릴 비책이라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 만큼 전국 시장 명패를 단 부스가 1,2층 전시장에 가득했다. 하지만 정작 ‘시장 사람들’보다는 시장 납품업체 사람들로 붐볐다. 각 시도의 재래시장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한 지방자치단체들의 부스도 대부분 비어있거나 공무원 한두 명이 무료한 시간을 달래고 있었다.

한 납품업체 직원은 “시장상인들이 여기 올 시간이 있느냐”면서 “공무원들은 출장 와서 한두 시간 앉아 있다가 사라졌다가 높은 사람 온다고 다시 나타나는 등 하는 일이 뭔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렸다.

강릉·부천·시흥=서지현기자 s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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