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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5.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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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이들의 철암살이와 자녀교육
작성자 김동현
내용  

아이들의 철암살이와 자녀교육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아도 철암이 그렇게 살기 좋은 동네가 아니다. 동네에는 친구도 없지만 그 나마 황지 나 장성의 학원에 다니기 때문에 만나기도 어렵다. 집에 있으려니 답답하기만 하고 놀거리는 기껏 컴퓨터뿐인데 고속인터넷이 안돼서 게임은커녕 어디 접속도 잘 안된다. 볼거리도 없고 놀거리도 없다. 집을 나서도 동네가 너무나 좁고 길어서 갈 곳이 없다. 조금만 멀리 가려해도 인도가 없는 찻길을 걸어야 되거나 곧바로 산과 마주친다. 개울에 내려가서 놀고 싶어도 옹벽으로 막혀있어서 쉽지 않다. 자전거를 타려해도 집에 올라오는 일이 너무 힘들고 내려가 봐야 탈 곳도 없다.


부모들의 걱정은 훨씬 더하다.

2002년 들어서 철암의 인구는 감소세가 둔화되었음에 반해서 각급학교의 학생수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데 이는 젊은 가족이 많이 떠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그 가족들이 떠나는 이유는 석공의 감원을 제외하고는 주로 교육과 주거문제에 기인한다. 즉 경제적인 요인과 거리가 먼 요인들에 의하여 철암의 인구감소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떠나는 사람들은 철암을 ‘살만한 동네’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든지, 적어도 아이들을 기르며 일상을 영위하기에 부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원하는 환경-또래의 친구, 볼거리, 놀거리 뿐만 아니라 놀 공간도 마땅치 않다. 부모의 입장에서 보아도 경쟁 위주의 교육풍토에서 학원하나 변변히 없는 철암에서 아이를 기르는 것은 매우 걱정되는 일일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아이들의 장래를 걱정하는 부모들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황지로 교육이주를 서두른다.


최근 들어서는 유치원이나 저학년의 이탈도 현저하다. 주민등록을 황지쪽으로 옮기고 유치원부터 황지에서 보내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교육열이 높은 가족들이 자꾸 철암을 떠나다보니, 그들이 떠나고 난 철암의 교육열은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철암사람임을 부끄러워하여 부모를 졸라서 철암을 떠나고 싶어 하고,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들을 염려하여 철암을 떠나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철암의 회생은 궁극적으로 경제활동능력이 있는 청장년 인구가 철암에 거주함으로써만이 실효를 거둘 수 있는 것이라는 면에서 본다면, 어찌되었든 교육여건이 열악하여 사람들이 자꾸만 철암을 떠난다면, 그것은 너무나 심각한 문제이다. 즉 교육을 살려내지 않고서는 철암의 회생은 어렵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공장이 입주한다고 해도 철암에 거주할 청장년층은 거의 없을 것이다.

철암회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은 결국 사람들이 철암에 사는 것을 자랑스럽게 느끼도록 하는 일, 아이들의 웃음소리 노랫소리가 기차소리보다 크게 울려 퍼지게 하는 일인데 말이다.


그렇다면 철암의 학교교육이 특별히 어떤 문제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가?


철암의 학교교육이 학생들의 이탈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또는 학교교육 자체가 학생이탈의 직접적인 원인인지 여부는 어쩌면 중요한 것이 아닐지 모른다. 그것이 우리의 작업범위를 넘는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철암의 교육문제가 공교육의 질의 문제를 훨씬 넘어서는 거시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철암의 교육열이 낮은 것은 객관적으로 어느 정도 인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사한 조건의 태백시 관내 타 지역에 비하여도 보습학원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실 어느 정도 교육여건이 열악하다거나 교육열이 저조한 것만으로 철암의 교육현실이 설명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역적인 열악함이 교육열이 있는 학부모들을 이탈시키고, 그들이 이탈하고 난 자리에 사설학원의 투자가치가 떨어지고, 학원이 없으니 또 이탈하고 하는 식의 연쇄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개별학교의 문제라기보다는 한국사회전체의 교육의 문제로 봐야 할 것이다. 개별학교의 제대로 된 교육의 가능성은 매우 구조화되어 있는 입시위주의 한국교육의 병폐를 뛰어 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서울과 지방, 대도시와 소도시, 소도시와 벽지의 교육서비스의 격차가 엄연한 현실, 청소년 개개인을 인격체로 보기보다는 명문대를 몇 명 보내는가에 의해서 서열이 메겨지는 교육적 현실에서, 참된 삶의 문제보다는 학연이라는 집단이기주의로 끊임없이 상대적 강자에 아첨하고 상대적 약자에는 우쭐하고 올라서는 사회풍토 속에서, 왜곡된 보통의 교육만을 행할 수밖에 없는 공교육이 얼마나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어쩌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인지 조차 모른다.


따라서 철암의 교육이탈의 모든 책임도 나라전체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정부와 교육 관료와 교육자와 학부모-국민 모두의 몫이 된다. 교육부가 이른바 공교육활성화를 내세우며 거창하게 시작한 특기적성교육이란 것조차도 학원이 주축이 된 인력파견업자들과 교육 행정가들의 결탁으로 기실 사설학원을 학교 안으로 옮겨 놓은 것과 다르지 않다. 더구나 철암에서는 그 조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다. 채산성이 없기 때문이다.


모든 초중등교육이 대학입시에 타깃을 맞추고 있는 상황의 개선 없이 국가가 책임져야할 교육에조차 시장경제논리에 충실한, 수혜자 부담원칙만을 내세우는 상황에서 철암뿐만 아니라 철암으로 대표되는 이 사회의 모든 사회적 약자들은 영원한 약자로만 남을 수밖에 없다. 한 나라의 교육이 교문 밖의 사설학원의 채산성이나 인력송출업자들의 이익실현여부에 의존한다면 그것은 이미 교육의 문제가 아니며, 대형할인점 때문에 동네의 구멍가게가 모두 문을 닫아야 하는 유통업의 상황과 전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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